김티무르 블로그

챗지피티가 그린 주치

모든 건 한 납치에서 시작됐다.
칭기즈칸의 아버지 예수게이는 어느 날, 유부녀였던 메르키트 부족의 여인 호엘룬을 납치해 자신의 아내로 삼는다.
그녀는 이후 한 아들을 낳는다. 그 아이가 바로 테무진, 훗날의 칭기즈칸이다.

이 사건은 메르키트에게 깊은 치욕을 남겼다.
그 치욕은 단지 한 남성의 분노나 부족 간의 갈등이 아닌,
세대를 거쳐 이어질 복수의 시작이 된다.

세월이 흐른 뒤, 메르키트는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는다.
이번엔 칭기즈칸의 아내 보르테가 납치당한다.
1년이 안되어 그녀는 구출되었지만, 곧 한 아들을 낳는다.
그 아들의 이름은 주치.

그러나 그 출생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.
메르키트의 손에 있던 시기에 생긴 아이라는 점은
“그 피가 정말 칭기즈칸의 것이냐”는 물음을 낳았고,
그 의심은 평생 주치라는 이름에 달라붙은 꼬리표가 된다.

칭기즈칸은 단호히 말했다.

“내 아들이다.”

그러나 그 한마디로 모든 의심이 지워지지는 않았다.

심지어 형제들 사이에서도, 그에 대한 거리감은 존재했다.

자라난 주치는 뛰어난 장수가 되었고,
마침내 그 피의 고리를 직접 끊을 기회가 찾아온다.

메르키트의 수장 톡토아 베키는
과거 보르테를 납치했던 핵심 인물이었다.
주치는 전장에서 그를 활로 쏴 죽인다.

그 순간, 그는 단지 적을 쓰러뜨린 것이 아니었다.
3대에 걸쳐 이어진 악연,
그 자신을 향해 쏟아졌던 의심과 멸시,
그 모든 것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.

피로 맺어진 원한을, 자신의 손으로 끊었다.

그러나 악연은 쉽게 죽지 않았다.
톡토아 베키의 아들 쿠두는
아버지의 목을 스스로 자른 뒤 도망쳤다.

칭기즈칸은 그를 끝까지 추적하라 명했고,
쿠두는 위구르에 몸을 의탁하려 했으나, 문은 열리지 않았다.
결국 그는 캉글리족 땅으로 숨어들었고,
주치는 그를 끝까지 추적해 소탕한다.

그 일은 제국의 명령으로 시작됐지만,
그 속에 담긴 감정과 의지는 오롯이 주치의 것이었다.

그 칼은 아버지의 명령을 따랐지만,
그 복수는 주치 자신의 운명이었다.

이후 주치는 아버지 칭기즈칸과 함께 호라즘 원정에 참여해
또다시 큰 전공을 세운다.
하지만 그 전쟁이 끝난 뒤—
그는 제국의 불빛이 닿지 않는 서방에 남았다.

그곳은 이르티시 서쪽 들판,
아직 캉글리족이 말 달리던 초원이었다.
주치는 그 땅을 정복하며,
점차 자신만의 울루스를 다져갔다.

칭기즈칸은 몇 차례 그를 불렀지만,
주치는 침묵했고, 대답하지 않았다.
그는 그곳에 머물렀다.
기다리지도, 돌아가지도 않았다.

그 땅은—
핏줄을 묻지 않는 초원이었고,
의심 없이 칼을 뽑을 수 있는 곳이었다.

메르키트와의 악연은 그의 활로 끝났지만,
그를 향한 의심은 끝나지 않았다.

그래서 그는 남았다.
스스로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에서.
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는 자로서.

핏줄로 불리길 거부한 사내는—
마침내 스스로의 이름을 만든 것이다.

챗지피티4o 가지고 이것저것 만지고 놀다가 주치의 일생에 대해 써달라고 헀는데, 생각보다 인상깊어서 공유합니다